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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야기

선물옵션을 쉽게 이해해보자

Entanglement 2011. 1. 12. 06:04
주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분이라면 선물옵션 이야기를 거의 매일같이 들었을껍니다. 선물옵션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거 하면 100% 패가망신한다"는 얘기부터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라 주식시장이 요동칠거라는 둥 하는 얘기는 들어보셨겠죠.

여러분이 대한민국에서 주식을 한다면 선물옵션을 하지 않더라도 선물옵션을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파생상품(선물,옵션같은 걸 파생상품이라 부릅니다.) 시장이 기형적으로 큰 나라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파생상품 시장이 주식시장에 그 어느나라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 또한 대한민국이구요.

대한민국의 파생상품시장, 특히 지수옵션시장의 거래량은 압도적 세계 1위입니다.
지수선물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데 그 규모가 현물시장(=주식시장)의 10배가 넘습니다.
다 IMF 때문에 금융시장 완전 개방의 결과죠.

상황이 이러다보니 선물옵션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파생상품 시장때문에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건 작년 빼빼로 데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2시 50분에 1963 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가 단 10분만에 1914포인트까지 빠졌습니다. 저 날은 특별한 악재도 없었습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상승으로 마감하였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연평도 사건이 터진 날도 저러진 않았죠. 참고로 저 날은 옵션 만기일이었습니다.

우선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선물이 뭔지, 옵션이 뭔지 이해해야겠죠?

대부분의 책에선 선물을 설명할 때 밭떼기라는 걸로 설명합니다만, 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밭떼기라는 것도 금융 서적에서 처음봤습니다.-_- 무슨 말인지 도움은되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보았던 상황은 아니었던거죠.

어차피 우리한테 중요한건 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 옵션이므로 그것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주가지수 선물옵션이란 간단히 얘기해서 미래의 코스피200지수를 놓고 서로 누가 더 잘 맞추는지 돈내기하는 게임입니다.
그럼 어느 때 주가지수를 맞추느냐? 둘째주 목요일 종가입니다.
선물은 3월, 6월, 9월, 12월 둘째주 목요일 종가 맞추기 게임을 합니다.
옵션은 매월 둘째주 목요일 종가 맞추기 게임을 합니다.

예를들어 제가 오늘(=2011년 1월 12일) 2011년 3월물 선물이나 옵션을 사고나 파는 것은 2011년 3월 둘째주 목요일(=2011년 3월 10일) 주가지수 맞추기 게임을 하겠다는겁니다.

그럼 선물과 옵션의 차이는? 네, 게임 규칙의 차이입니다.

선물은 누군가와 1:1 내기를 하는겁니다. 예를들어 오늘 코스피200지수가 275 포인트라고 해봅시다. 저는 2011년 3월 10일 종가가 오늘보다 오를 것 같다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오늘보다 떨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친구와 저는 서로 내기를 합니다. 현재 포인트를 기준으로 1포인트 당 50만원씩 하기로 말입니다.
(실제 주가지수 선물은 1포인트당 50만원에 거래됩니다.)

만약 2011년 3월 10일 종가가 279포인트가 된다면? 내기에서 맞춘 사람은 저이기 때문에 저는 친구로부터 4포인트 x 50만원 = 200만원을 받게됩니다.
만약 2011년 3월 10일 종가가 273포인트가 된다면? 내기에서 제 친구가 맞추었기 때문에 제가 제 친구에게 2포인트 x 50만원 = 100만원을 주면됩니다.

간단하죠? 그럼 이번엔 좀 더 복잡하지만 이 상황을 선물거래 상황에 적용하여 선물을 매수한다, 매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선물이란 본래 선약후물, 즉, 미리 약속하고 그 내용대로 나중에 물건을 거래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리 약속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2011년 3월 10일날 현재가인 275포인트 가격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일껍니다.
그럼 물건은 무엇일까요? 현재가 275포인트짜리 가상의 물건입니다. 

 

으잉? 실체도 없는 가상의 물건을 거래한다고?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물건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냐면 사는 사람이 무조건 시세대로 모두 판다고 가정하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물건은 시세차익의 도구로 밖에 쓰지 않기때문이죠.

 

예를들어 현재가 275만원짜리 백을 2011년 3월 10일에 그 때의 시세에 맞춰 거래하기로 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백을 사는 사람은 무조건 그 때의 시세에 맞춰 시장에 판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거래 당사자 둘에게 남는 건 결국 백의 시세 차액입니다. 거래 물건이 백이든 배추든 자동차든 그건

상관이 없고, 심지어 물건없이 돈거래만 해도 되는거죠.

선물 1계약을 매수한다는 것은 2011년 3월 10일날 가상의 물건 1개를 275포인트에 사겠다는 뜻입니다.
선물 1계약을 매도한다는 것은 2011년 3월 10일날 가상의 물건 1개를 275포인트에 팔겠다는 뜻입니다.

제가 친구로부터 선물 1계약을 매수(=친구는 저에게 선물 1계약을 매도)했다고 해보지요.

만약 2011년 3월 10일날 가상의 물건 종가가 279포인트라면? 2011년 3월 10일날 친구로부터 가상의 물건 1개를 275포인트에사고 시장에 279포인트에 팔아서 4포인트만큼의 이득을 챙길 수 있습니다.

만약 2011년 3월 10일날 가상의 물건 종가가 273포인트라면? 2011년 3월 10일날 친구로부터 가상의 물건 1개를 275포인트에 사고 시장에 273포인트에 팔면 2포인트만큼의 손해가 납니다. 대신 친구는 2포인트만큼 이득을 봅니다.

어떤가요? 결과가 위에 처음 설명했던 것(=친구와 내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같죠?
보시다시피 오를 것을 예상한 저는 선물 1계약을 매수했더니 오를 때 이익이 났습니다.
반면 내릴 것을 예상했던 친구는 선물 1계약을 매도했더니 내릴 때 이익이 났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하면 선물을 매수하면되고, 내릴 것 같으면 매도하면 됩니다.


옵션은 말 그대로 사고파는게 옵션(=선택사항)인 게임방법을 말합니다.
선물은 보다시피 친구와 내기를 했으면 반드시 이행해야합니다. 내가 불리해졌다고 이행하지 않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죠.

반면 옵션은 사고파는게 내 마음입니다. 나한테 이익이되면 사거나 팔고 아니면 안할 수 있죠. 즉, 사고파는게 의무가 아니라 내 권리인 것입니다. 그럼 권리를 가져간 사람만 유리하고 반대쪽 사람은 불리한 계약같죠? 하지만 대신 유리한 쪽이 불리한 쪽에게 프리미엄을 지급하면 공정한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위와 비슷한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저는 2011년 3월 10일 코스피200지수 종가가 280포인트를 넘을거라 예상합니다. 반면 제 친구는 넘지않을꺼라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친구와 1포인트 당 얼마내기같은 걸 하고싶지 않습니다. 혹 주가가 폭락하면 손실이 매우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게임을 안한다고하자 친구가 이런 제안을 합니다.

"만약 2011년 3월 10일 코스피200지수 종가가 280포인트를 넘으면 내가 너한테 1포인트 초과분 당 10만원을 줄께. 280아래로 떨어지면 너는 나한테 그렇게 안줘두 되고. 근데 그렇게만 하면 내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잖아? 대신 나한테 프리미엄으로 지금 20만원을 줘."

생각해보니 괜찮은 제안 같습니다. 저는 지금 친구한테 20만원을 주지만 282포인트가 넘으면 1포인트당 10만원씩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주가가 폭락해도 친구한테 준 20만원 이상 손해볼 일이 없지요. 반면 친구는 280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2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구요. 이런 계약을 옵션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주가지수 옵션에서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준으로 1포인트당 10만원에 거래합니다.

위의 예처럼 280포인트를 넘을 때마다 1포인트 당 10만원씩 이득보는 권리를 "(2011년 3월물) 행사가격 280 콜옵션"이라 합니다.

280포인트에서 내려갈 때마다 1포인트 당 10만원씩 이득보는 권리도 있겠죠? 이를 "(2011년 3월물) 행사가격 280 풋옵션"이라 합니다.

옵션은 보험과 매우 비슷합니다.
나중에 큰 사고나 질병이 걸려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보험계약대로 돈을지급받을 권리를 사는대신 매달 프리미엄으로 보험금을 내는 것이죠. 또한 보험회사에서 보험상품을 만들어야 우리가 계약할 수 있듯이, 옵션도 각 포인트마다 콜옵션, 풋옵션 상품을 한국거래소(KRX)에서 만들어야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제 작년 빼빼로데이에 있었던 일이 왜 그런지 한번 예측해봅시다.

당시 코스피200지수를 보면 2시 50분까지 254포인트를 상회하던 놈이 3시에 247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예측했죠.

누군가 "2010년 11월물 행사가격 250근처 풋옵션 상품을 싼 값에 잔뜩 사놓고, 현물(=주식)을 왕창 팔아해치운게 아닌가."라고 말이죠.

실제로 당시 행사가격 252.5 풋옵션은 장 막판에 가격이 0.01포인트*10만원=1000원까지 떨어졌었습니다. 그런데 종가가 247.51포인트이니 4.99포인트*10만원=49만9천원에 팔 수 있게 된거죠. 무려 499배가 뛴 것입니다. 당시 외국의 거대 작전세력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예측들이있어 수사한다 어쩐다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덧. 도이치증권에서 장난친 것으로 최종결론이 났군요. (2011년 2월 27일)